지난날을 생각하지 못함

2006/07/11 17:55 Temp
수화기 저편에서 약간의 눈물을 머금고, 짐짓 떨리는 목소리. 그녀는 아까 내가 무심코 밷은 말에 상처가 되어, 진지한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

'나는 아직 혼자가 편한 것일까?'

혼자 묻는 질문에 선듯 대답하지 못한다. 머리속에 지난 몇개월 간의 솔로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짐짓 나쁘지 않았다. 약간ㅡ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주관적인 표현이다.ㅡ의 외로움을 제외한다면.

나는 혼자였던 그 시간 동안에 너무 외로웠다. 술자리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집요하게 여자친구를 소개해달라고 징징되었던 기억, 예전 여자친구를 머리속에서 떨어내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정말 친한 친구의 아픔... 이런것들이 내가 혼자(솔로)인 동안에 격은 직간접 경험이다.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느껴진다. 주로 속마음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나는, 새로운 훌륭한 여자친구가 생긴지 60여일쯤 지나자, 초창기 연예의 감정도 시들해져, 그녀에 대해 잘 참아왔던 것들에 대해 지적하고, 그녀가 고쳤으면 하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논리적인듯, 이성적인듯,... 차분한 목소리로...

처음에야 그럴리 없었겠지만, 좀 더 노골적이라면, 어떤때는 정말 귀찮다. 아침부터 나의 일어남을 보고해야하며, 그녀의 조그만 일상까지 다 들어줘야 하고,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일일히 보고 해야만 한다.(must) 이쯤 되고 보니, 도대체 그녀는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but),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like).

사랑한다(love)고 말했다가 데인 기억때문일까? 이제 나는 사랑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한다. 사랑이란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인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인내 에너지가 그다지 힘든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너무 힘든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던가? 지금와서 생각하면, 내가 좀더 여유있어지고, 나의 기본 인내심과 이해력을 넓히는데에 분명이 그 아픈 기억들이 한 몫 했지만,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서른즘 되고 보니, 사랑한다는 말은 값싸게, 아무렇게나 입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는걸 알았달까...? 어쩌면 앞으로 살면서 '사랑해'라고 누군가의 귀에 나즈막하게 내 마음에서 입을 열어 그 누군가의 귀에 도달하는 일은 이제 없이 않을까 싶다.

사랑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앞으로 사랑할 수 있을것 같음'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그녀는 나의 세세한 것들을 챙겨주고, 그녀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 나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은 고마움이다. 고맙다. 개뿔도 없는 나에게 신경써주고, 때로는 맘아파 해주고, 내가 잘되길 바래준다. 나는 이제 나의 모든 것을 다 내어 던지고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이 없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차함수 또는 사차함수와 같은 방정식이다. 최소값은 마이너스(-) 무한대 이지만, 최대값이 존재하는 방정식이다. 나는 그녀가 나의 방정식에 있어서 최대값이라고 생각한다.

오답일수도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분명 더 낳은 최대값이 존재 한다면, 약간의 후회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겠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고려해야하는건 시간(time)이라는 Z축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이 이차함수나 사차함수에서 정밀한 최대값을 찾아내는데 엄청난 방해요소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이젠, 그녀에게 만족한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이런 표현을 하고 보니 어느샌가 나는 나쁜놈이 되어있는것 같다. 그 또한 그럴수도 있다. 나는 나쁜놈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얼마 가지 않는 다는것. 나는 그것을 충분히 알고있는 나쁜놈이다.

이상 머리속에서 맴도는 나의 단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위 글은 내 머리속의 복합적인 감정, 생각들과는 다르게 어느 한부분이 과장되어 있다는것이 나를 더 정리하지 못하게 한다. 문장화하고, 어떤 명제가 떨어지게 되면, 마치 그게 사실인양, 변하지 않는 진실인양 머리속에서 굳어지는게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머리속에서 굳어지는게 싫은걸까.
나의 이런생각들.... 처음부터 싫었던 겔까? 틀렸던 겔까?




2006/07
2006/07/11 17:55 2006/07/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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